위키백과 스피드런: 가장 빠른 플레이는 무엇이 다른가
10월 12일, WikiRacing 독일어판의 데일리 챌린지는 Sahara에서 Computer까지였습니다. 가장 빠른 기록은 6.5초. Sahara, Vereinigte Staaten(미국), Computer. 단 두 번의 클릭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눈길을 끈 건 그다음 숫자였습니다. 그날 완주한 64명 가운데 28명이 똑같은 첫 클릭, 즉 미국을 골랐습니다. 그중 두 번 만에 끝낸 사람은 7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21명은 목표까지 링크 하나 남은 자리에서 엉뚱한 곳으로 가 버렸습니다. 이 28판의 중앙값은 2분 30초. 같은 생각, 같은 페이지였는데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위키백과 스피드런의 핵심은 바로 이 차이에 있습니다. 먼저 규칙을 짚고, 그다음 진짜 질문인 '시간이 어디로 새는가'를 보겠습니다.
위키백과 스피드런이란
출발 문서와 도착 문서, 두 개가 주어집니다. 출발 문서를 열고 본문 안의 링크만 눌러서 도착 문서까지 가면 됩니다. 검색창은 쓸 수 없습니다. 주소창에 입력하는 것도, 페이지에서 단어를 찾는 Ctrl+F도 안 됩니다. 무엇을 겨루느냐에 따라 가장 빠른 시간이나 가장 적은 클릭 수로 승부가 납니다.
이 게임은 전용 사이트보다 훨씬 오래됐습니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평범한 위키백과로 해 본 사람도 많을 겁니다. 누군가 '실수로' URL을 고치기 전까지는 그걸로 충분했죠. 전용 사이트가 있는 이유가 그겁니다. 문서를 직접 불러오고, 꼼수를 막고, 타이머를 정직하게 지킵니다. WikiRacing에서는 Ctrl+F가 막혀 있고, 백과사전 밖으로 나가는 링크(분류, 파일, 도움말, 외부 사이트)에는 취소선이 그어집니다. 뒤로 가기 버튼은 쓸 수 있지만 다른 이동과 마찬가지로 클릭 1회로 계산됩니다.
비디오 게임 스피드런에 익숙하다면 용어는 거의 그대로 통합니다. 벽을 뚫는 버그만 없을 뿐입니다.
카테고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
스피드러너들은 게임을 카테고리로 나눕니다. 위키백과에서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로 갈립니다.
최소 클릭. 데일리 챌린지와 각 쌍별 순위표는 먼저 클릭 수로 줄을 세우고, 시간은 동점일 때만 봅니다. 4분 걸린 3클릭이 40초 걸린 4클릭을 이깁니다. 여기서는 뛰기 전에 보는 게 맞습니다. 페이지를 끝까지 읽고, 필요하면 두 번 스크롤해서, 정말 가장 가까운 링크를 고르세요.
최단 시간. 멀티플레이 레이스는 먼저 도착한 사람이 이기고, 테마 챌린지는 모든 라운드의 시간을 합산합니다. 1분 동안 읽는 걸 아낄 수 있다면 네 번째 클릭은 싼 편입니다.
대부분은 이 둘이 다른 게임이라는 걸 모른 채 둘 다 합니다. 데일리 순위표에서 느끼는 답답함의 상당 부분은 그걸 레이스처럼 플레이하는 데서 옵니다.
시간은 어디로 새는가
빠른 플레이는 클릭이 적어서 빠른 걸까요, 아니면 클릭 하나하나가 빨라서일까요? 궁금해서 WikiRacing에서 30번 이상 완주된 모든 쌍을 골라, 쌍마다 플레이를 시간순으로 네 그룹으로 나누고 가장 빠른 4분의 1과 가장 느린 4분의 1을 비교해 봤습니다.
- 가장 빠른 4분의 1: 클릭 수 중앙값 2, 클릭당 약 8초
- 가장 느린 4분의 1: 클릭 수 중앙값 5, 클릭당 약 39초
느린 플레이는 클릭이 2.5배 많습니다. 그런데 페이지마다 머무는 시간은 5배입니다. 차이의 대부분은 경로가 아니라, 문서마다 다음 수를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에 있습니다.
뒤로 가기 기록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같은 쌍에서 3클릭 이상인 플레이 중 가장 빠른 4분의 1은 6%만 한 번이라도 바로 직전 페이지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느린 4분의 1은 33%, 세 판에 한 판꼴입니다. 저는 잘하는 사람이 실수를 더 잘 수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실수를 덜 합니다. 그 8초를 고르는 데 썼으니까요.
사이트 전체에서 완주된 47,996판을 보면 중앙값은 6클릭, 3분이 조금 안 됩니다. 페이지당 약 24초입니다. 상위 10%는 약 9초입니다.
사하라 이야기가 딱 이렇습니다. 미국을 누른 사람들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문제는 독일어판 미국 문서가 엄청나게 길다는 것, 소스 기준으로 30만 자 가까이 되고, 그 안에서 Computer 링크를 찾는 건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라는 겁니다. 어디를 봐야 할지 대충 알았던 사람은 7명. 나머지는 읽었습니다.
빠른 플레이어들이 하는 일
가장 빠른 플레이들의 경로를 훑어보면 세 가지 습관이 계속 보입니다.
링크를 보기 전에 어떤 종류의 페이지가 필요한지부터 정합니다. '컴퓨터 관련 아무거나'가 아니라 '기술 이야기가 나올 법한 큰 나라'처럼요. 10월 1일 독일어판 데일리, Atom(원자)에서 Pizza까지의 최고 기록(13초)은 Atom, Stanislao Cannizzaro, Italien, Pizza였습니다. 칸니차로는 화학자입니다. 화학을 생각해서는 피자에 닿지 못합니다. 원자 페이지에 있는 사람 중 누가 이탈리아인인지를 떠올려야 닿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5명은 평균 78초가 걸렸습니다. 같은 페이지의 다른 과학자 다니엘 베르누이를 고른 5명은 평균 340초였습니다. 베르누이는 스위스 사람입니다.
본문이 아니라 구조를 훑습니다. 정보 상자, 첫 문단, 절 제목, 그리고 '같이 보기'가 있는 문서 끝부분. 시간이 녹아 없어지는 곳은 본문입니다.
그리고 허브 문서를 알고 있습니다. 나라, 수도, 아주 넓은 주제의 문서는 거의 모든 곳으로 링크됩니다. 알아 둘 만한 허브 문서는 따로 정리해 두었는데, 요점은 그대로입니다. 처음 보는 쌍이라면 막다른 길로 끝날 수 있는 기발한 추측보다, 두 클릭 만에 갈 수 있는 확실한 허브가 낫습니다.
같은 레이스, 다른 언어
Sahara에서 Computer는 영어판에서도 플레이됐는데, 결과는 훨씬 나빴습니다. 클릭 수 중앙값은 5.5가 아니라 8, 영어판 최고 기록도 6.5초가 아니라 90초였습니다. 이유는 링크 하나입니다. 독일어판 사하라는 미국으로 링크됩니다. 영어판 사하라는 미국으로 가는 링크가 아예 없어서, 두 클릭 경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어 플레이어들은 아랍어, 통사론, 프로그래밍을 거치거나, 유전학과 생물정보학을 거치거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스밸리,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거쳐 갔습니다.
한 언어에서 외운 경로가 다른 언어에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위키백과는 언어판마다 쓰는 사람이 다르고 링크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어떤 쌍이 플레이어들이 포기하는 막다른 길이 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짧은 문답
뒤로 가기 버튼은 반칙인가요? 아닙니다. 클릭 1회로 계산되니 공정합니다. 잘못된 페이지를 계속 파고드는 것보다 일찍 돌아서는 편이 낫습니다.
한 번 클릭으로 이길 수도 있나요? 가끔은요. WikiRacing에서 완주된 레이스 중 2,543판, 대략 스무 판에 한 판이 한 번 클릭으로 끝났습니다. 대부분 출발 문서 첫 줄에 도착 문서 이름이 나오는 쌍이었습니다.
처음이라면 어디서 시작할까요? 캠페인 1레벨, 빵에서 밀까지가 좋습니다. 그다음은 데일리 챌린지입니다. 모두 같은 쌍을 받으니 순위표를 보면 내가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판이 꼬였다면 가장 빠른 사람들이 어떻게 갔는지 확인해 보세요. 이 글에 담긴 내용도 대부분 그렇게 찾아냈습니다.


